2024년도 학위 수여식 축사(2025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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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대 총장 미나토 나가히로(湊 長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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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실 2,201명 여러분, 석사(전문직) 학위를 받으실 171명 여러분, 법무박사(전문직) 학위를 받으실 141명 여러분, 박사 학위를 받으실 556명 여러분, 대단히 축하드립니다.

 학위를 취득한 분들 가운데 유학생 494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로써 교토대학이 수여한 학위는 석사 학위 95,045명, 석사 학위(전문직) 2,863명, 법무박사 학위(전문직) 3,055명, 박사 학위 49,509명이 되었습니다. 참석한 이사, 관계 부국장,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를 비롯한 교토대학 교직원 모두 여러분의 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각 학술 영역의 교토대학 학위 소지자입니다. 과거 일본에서 학위는 문부대신이 수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은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라는 의학자의 이름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1876년생으로, 정식으로 대학을 졸업한 학력은 없으나 1911년 34세의 나이로 당시 교토제국대학으로부터 의학박사를 수여받았습니다. 같은 해 관보 8302호에는 문부대신에 의한 ‘학위 수여’ 고지가 게재되어 있습니다.

 ‘위 논문을 제출하고 학위를 청구해, 교토제국대학 교토의과대학 교수회에서 그 대학원에 들어가 정규 시험을 치른 자와 동등 이상의 학력을 지닌 것으로 인정했으며, 따라서 1898년 칙령 제344호 학위령 제2조에 의해 여기 의학박사 학위를 수여한다’

 이 고지를 통해 당시 학위 수여자는 문부대신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에 노구치 히데요는 뉴욕 록펠러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감염증 병원체에 대한 눈부신 연구로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있었습니다. 박사 논문 심사 요지도 관보에 게재되어 있는데, 왜 교토제국대학에 학위 논문을 제출했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그 학위 청구 영어 논문은 현재도 본교 의학부 자료실에 남겨져 있는데 뱀독의 면역학적 특성에 관한 연구에 대한 것으로, 당시의 면역학 수준에서도 매우 훌륭한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대학원이 현재 형태로 제도화된 것은 2차대전 후 학교교육법 제정에 의해서였으며, 1953년 국립대학에 신(新)제 대학원이 설치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학위는 각 대학 대학원에서 특정 학술 영역 업적 및 학식에 기반한 심사를 받고 대학이 자기 책임으로 수여하는 제도가 수립된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받으신 학위는 교토대학의 학위이며, 이에 전문 학술 영역을 괄호 안에 추가 기재하는 형태로 표기됩니다. 이는 미국도 동일합니다.

 여러분이 학위 소지자로서 사회의 어디에서 어떠한 활약을 하게 될지가, 최근에는 특히 정관계나 실업계를 포함해 일본 사회 전체의 커다란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는 일본의 인구당 학위 소지 인재 비율이 OECD 가입 선진국들 가운데 눈에 띄게 낮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과학기술지표’에 따르면 2021년도 인구 100만 명당 일본의 학사 학위 취득자 수는 4,649명으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 비해 큰 손색은 없으나 석사 학위나 박사 학위 취득자 수는 매우 적습니다. 예를 들면 2021년도 일본의 석사 학위 취득자 수는 인구 100만 명당 590명으로, 영국 5,485명, 독일 2,658명, 또는 미국 2,649명에 비해 극단적으로 적으며, 박사 학위 취득자 수도 일본은 126명으로 영국 342명, 독일 330명에 비해 매우 적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정계, 관계, 실업계, 기타 언론 등 각계 리더들의 학위 소지자 비율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현재 정부나 경제 단체가 문제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즉 일본에서는 학위 소지자가 사회의 폭넓은 영역에서 널리 활약하고 공헌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상황에 있습니다.

 이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신규 졸업자를 일괄 채용해 장기 고용하는 형태를 전제로 한 일본식 고용 시스템에서 일본의 대학원 교육은 연구자 재생산에 집중해 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즉 일본의 대학원은 특정 학술 영역에 특화된 아카데믹한 연구 지향성이 매우 강해서 학위, 특히 박사 학위 소지자의 커리어 패스로는 주로 대학이나 연구 기관 등 아카데미아의 교수나 연구원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생각되어 왔기 때문인 듯합니다. 이 배경에는 지금까지 일본의 직업적 연구자로의 커리어 패스의 특수성도 있을 듯합니다.

 현대 대학원 시스템은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학사 과정을 수료한 인재에 대해 더 고도의 학술이나 과학 교육을 통해 학위를 부여하는 교육 과정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학위는 반드시 직업적 연구자로의 커리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직업적 연구자로서 커리어 패스를 쌓아가려면 학위 취득자는 그 후 몇 년 동안 박사후연구원이라는 독립된 직업적 연구자(Principal Investigator, PI)가 되기 위한 훈련 기간을 거쳐서 대학이나 연구 기관의 교수나 연구원이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일본의 학위 취득자 중 많은 수가 유럽과 미국의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 생활을 경험하기도 했기에 일본 내에서는 이 박사후연구원 제도가 오랫동안 정착하지 못했습니다. 전형적으로는 박사후연구원 고용비가 핵심적인 공적 연구 자금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이것이 일본의, 특히 박사 과정 학위 연구가 종종 그대로 직업적 연구자의 연구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 배경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미국과 유럽에서 직업적 연구자는 학위 취득자의 커리어 패스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20세기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학위 소지자가 아카데미아뿐 아니라 중앙이나 지방의 정관계, 실업계, 언론, NGO나 싱크탱크 등 사회의 폭넓은 분야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기업 경영자 중 학위 소지자 비율은 70% 가까이 되는 데 비해 일본은 그 비율이 20%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국가 차원에서 학위 소지자가 아카데미아 외의 다양하고 폭넓은 영역에서도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고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대학원에서 본인의 연구 과제를 정하고 지도 교수나 그 외 다른 많은 연구실의 동료, 선배들과 논의를 거듭하며 과제 해결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최종적으로는 스스로의 책임으로 학위 논문을 완성하셨습니다. 사회가 여러분에게 기대하는 것은 학위 연구 성과로서의 학위 논문 내용도 물론이지만, 오히려 여러분이 그 학위 논문 작성 과정에서 직접 경험하고 습득한 그러한 프로세스의 총체입니다. 이는 여러분이 실제 사회에 나가서 다양한 상황에서 만나게 되거나 요청받게 될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응용 가능한 소양과 역량의 총체로, Transferable Skill Set이라고도 불리는 것입니다.

 이 ‘전용 가능한 기술 세트’에는 크게 세 가지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우선 과제를 찾아내 해결하기 위해 실행하는 ‘Task Management Skill’. 다음으로 과제에 임하기 위해 자율성을 조직해 나가는 ‘Self Control Skill’. 그리고 실제로 성과를 내기 위해 팀이나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Human Skill’입니다. 점점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사회가 내포한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Transferable Skill Set를 갖춘 인재가 지금까지 이상으로 필요해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최근 대규모 언어 모델인 생성형 AI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교육이나 연구 현장에서도 커다란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원래 경제인류학자였던 Michael Polanyi는 인간이 그 경험 속에서 획득하는 지식 중에는 ‘언어로 할 수 없는 지식’이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이라 표현했습니다. Polanyi가 말하는 ‘암묵적 지식’이란 ‘언어로 할 수 없는 지식’의 내용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 다양한 사항을 무의식 중에 짜맞추며 의미를 만들어 내는 프로세스, 즉 지식을 획득해 나가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사회학자인 Max Weber 식으로 말하자면 ‘착상’, 즉 ‘영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Weber는 ‘직업으로서의 학문’이라는 그 유명한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실험실에서도 공장에서도 무언가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언제나 어떠한 -게다가 그 자리에 적합한- 착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착상이라는 것은 억지로 얻으려 한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략) 일반적으로 착상이라는 것은 사람이 몰두해서 일을 하고 있을 때에만 나타난다. 물론 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언어화되지 않는 암묵적 지식이나 영감은 생성형 AI가 기계학습을 하는 대량의 텍스트 데이터베이스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천과 경험 속에서 축적된 암묵적 지식과 영감은 Transferable Skill에 반드시 포함될 것입니다. 저 스스로의 경험에 미루어 그렇게 단언할 수 있을 듯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드디어 일본에서도 민관 차원에서 학위 소지자의 광범위한 사회 진출을 추진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대학 학위는 충분히 국제 표준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학위 취득자가 아카데미아뿐 아니라 국가 기관이나 국내외 기업 등 널리 사회로 진출해 활약하는 것이 사회의 발전과 국제화의 중요한 열쇠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시간을 들여 축적해 온 ‘실천적 지식’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커다란 힘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또 다른 연구의 세계나 실제 사회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될 텐데, 각자의 자리에서 직면하게 될 다양한 문제에 과감하게 도전해 나가시길 기대합니다. 여러분이 진정한 의미의 지적 엘리트로서 사회로부터 확고한 인정과 존경을 받을 만한 활약을 하셔서 일본의 학위 인재의 사회적 평가가 더한층 높아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제 축사를 갈음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는 ‘직업으로서의 학문’(Max Weber 저, 오다카 구니오(尾高邦雄) 역, 이와나미분코(이와나미쇼텐), 1980년)에서 인용해 한국어로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