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27代総長 湊 長博
오늘 교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수여받는 110명 여러분, 석사(전문직) 학위를 수여받는 4명 여러분, 박사 학위를 수여받는 196명의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학위를 수여받는 여러분 중에는 160명의 유학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교토대학이 수여한 석사학위는 누적 92,843명, 석사학위(전문직) 2,692명, 법무 박사학위(전문직) 2,914명, 박사학위 48,953명입니다. 교직원 일동과 함께 여러분의 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정식으로 교토대학 대학원 학위 소지자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다양한 학술 전문 영역의 학위 과정을 이수함과 동시에, 각자의 독자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학위 논문을 완성하여 석사, 박사, 또는 전문직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먼저 그간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미국 대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입학식이 없고 학위수여식을 ‘시작’ 또는 ‘출발’이라는 뜻의 Commencement라고 부르며 성대하게 개최합니다. 즉, Commencement인 오늘 이 학위수여식은 여러분들께 큰 도달점인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인 셈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학문의 세계에서, 혹은 실제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한편, 현재와 같은 ‘학위를 주는 교육과정으로서의 대학원’이라는 교육제도는 19세기 후반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사회와 산업 발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보다 고도의 학문과 과학 소양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게 되었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사과정 수료자를 대상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학문적 연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된 최초의 대학원에는 국내외에서 많은 의욕적인 학생들이 몰려들었고, 이 새로운 교육제도는 순식간에 미국 전역의 주요 대학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교양교육 중심의 학사과정과 달리 새로운 대학원 과정은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 설정한 연구과제에 대한 학위논문을 작성하는 것을 필수 요건으로 포함시켰고, 석사와 박사학위는 연구자로서의 요건을 충족시켰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타이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세기 이후 미국에서는 이러한 ‘학위 인재’들이 아카데미아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등 사회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중심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되었고, 오늘날 미국의 학술, 과학기술 및 산업 발전의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 미국 대통령 부인이자 교육학 박사인 질 바이든(Jill Biden) 여사가 현지 언론에서 ‘닥터 질 바이든(Dr. Jill Biden)’으로 소개되는 것은 미국 내 학위가 갖는 사회적 지위를 짐작하게끔 합니다.
반면 일본에서 대학원이 연구자 양성기관으로서 제도적으로 확립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6년입니다. 그러나 이 대학원 제도가 널리 보급되어 많은 학생들이 대학원을 목표로 하는 상황은 아니었고, 연구자뿐만 아니라 고급 직업인 양성까지를 염두에 둔 개혁은 1990년대에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많은 국립대학의 교육 연구 조직을 학부 중심에서 대학원 중심으로 옮기는 대학원 중점화 정책이 추진되었습니다. 그 결과 본교에서도 석사 과정, 박사 과정, 전문직 과정을 포함한 대학원생 수는 최근 4반세기 동안 거의 두 배로 늘어났고, 학위 소지자도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학위 소지자 수는 선진국 중에서도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경제산업성이 2022년 3월 제4차 미래인재회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만 명당 일본의 석사학위 취득자 수는 미국의 약 23%, 박사학위 취득자 수는 약 43%에 불과하며 유럽 국가나 한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에 그칩니다. 이는 학위 소지자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정부, 산업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적으로 학위 소지자들이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그 역량을 발휘하고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특히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에 직면한 현대사회에서 고도의 학문과 과학의 탁월한 능력을 갖춘 학위 소지자들이 활약해 주기 바라는 사회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학위과정에서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독자적인 학위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학위논문을 정리해 온 것은 큰 성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이 수행해 온 독자적인 학위 연구 과정 그 자체입니다. 여러분은 스스로 연구 과제를 찾고, 가설을 세우고, 과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토론하고, 더욱 검증을 심화시키는 등 많은 과정을 거쳐 학위논문을 완성해 왔습니다. 이 경험은 여러분들이 앞으로 다양한 과제에 직면할 때 큰 무기가 될 것입니다. 연구 수행에 있어서의 논리적・비판적인 사고, 동료나 선배, 지도교수 등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의 대처 능력, 방대한 정보 처리 및 리서치 리터러시 등 여러분들이 현장에서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능력은 바로 트랜스퍼러블(Transferable) 스킬입니다. 이는 여러분이 전혀 다른 국면에서 새로운 과제에 도전할 때에도 매우 유용한 소양이자 큰 재산이 될 것입니다. 오늘날처럼 관공서, 산업계, 다양한 민간기업,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학위 소지자가 범용성 있는 학문적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활약해 주기를 기대하는 시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최근 미국의 학위를 둘러싼 상황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교수는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 2020)>에서 현대 미국에서는 학위 소지자로 대표되는 지적 엘리트들에게 만연된 능력주의, 즉 그들이 본인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왔다는 ‘지나친 자부심’이 대다수 시민들에 대한 공감의 상실과 공공의 이익에 대한 기여라는 사명감 희박화를 초래하여 사회 분열의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적 엘리트들에게 “우리가 인간으로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은 공동선(common good)에 기여하고, 그 기여로 인해 동포인 시민들로부터 평가받을 때이며, 사람들로부터 필요한 존재가 될 때”(원문 “we are most fully human when we contribute to the common good and earn the esteem of our fellow citizens for the contributions we make.”)라고 말합니다.
또한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앤드류 스콧(Andrew Scott) 교수와 린다 그래튼(Lynda Gratton) 교수는 공동 저서 <100세 인생:전혀 다른 시대를 준비하는 새로운 인생 설계 전략(The 100-Year Life: Living and Working in an Age of Longevity, 2017)>에서 “사람의 가치를 가르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지식이 아니라, 그 지식을 구사하여 무엇을 해왔는지에 있다”(원문 “what will separate people is not what they know, but rather what they have experienced using this knowledge.”)라고 말합니다. 지적 엘리트라 할지라도 그 행위가 존중받아야 그제서야 사회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지금 일본 사회는 학위 인재가 된 여러분이 앞으로 일본과 세계의 다양한 영역에서 어떤 활약을 펼쳐주실지를 큰 기대를 품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더 많은 연구의 세계와 실사회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될 텐데, 각자의 위치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학식과 단련된 트랜스퍼러블 스킬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현대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에 과감히 도전하고 기여해 나가시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들이 진정한 의미의 지적 엘리트로서 사회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는 활약을 함으로써 일본의 학위 소지 인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평가가 한층 더 높아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축사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오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