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대 총장 미나토 나가히로(湊 長博)
교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실 2,194명 여러분, 석사(전문직) 학위를 받으실 159명 여러분, 법무박사(전문직) 학위를 받으실 148명 여러분, 박사 학위를 받으실 575명 여러분, 대단히 축하드립니다.
학위를 취득한 분들 가운데 유학생 477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로써 교토대학이 수여한 학위는 석사 학위 92,733명, 석사 학위(전문직) 2,688명, 법무박사 학위(전문직) 2,914명, 박사 학위 48,757명이 되었습니다. 참석한 이사, 관계 부국장,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를 비롯한 교토대학 교직원 모두 여러분의 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은 각자의 대학원 과정을 수료하고 이제 본교의 학위 소지자로서 실제 사회로 나아가게 됩니다. 여러분이 학위 소지자로서 사회의 어디에서 어떠한 활약을 하게 될지는 최근에는 특히 대학뿐만 아니라 정치와 행정계나 산업계를 포함해 사회의 큰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일본 문부과학성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NISTEP)의 ‘과학기술지표’에 따르면 2021년도 인구 100만 명당 일본의 학사 학위 취득자 수는 4,649명으로, 영국(6,520명), 한국(6,363명), 미국(6,229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독일, 프랑스, 중국의 최신 수치보다는 높습니다. 그러나 석사 학위 취득자 수는 일본이 2020년 기준으로 인구 100만 명당579명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극단적으로 적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최신 수치를 보면 영국이 가장 많은 5,459명으로 월등히 높으며, 이어서 독일이 2,689명, 미국이 2,613명입니다. 또 박사 학위 취득자 수를 보면 일본은 2020년 기준으로 123명으로, 가장 많은 영국의 340명, 독일 338명 등과 비교해 매우 적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역사적으로 일본의 대학원은 매우 아카데믹한 연구 지향성이 강해서 지금까지 학위, 특히 박사 학위 소지자의 커리어 패스로는 주로 대학이나 연구 기관의 교수나 연구원이 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되어 왔기 때문인 듯합니다. 이는 학위 소지자들이 아카데미아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와 행정계나 지자체, 산업계나 언론, 교육계, 더 나아가서는 다양한 NGO나 싱크탱크 등 사회의 폭넓은 영역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미국 및 유럽 나라들과는 매우 다른 점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도 학위 소지자들이 사회의 더욱 다양하고 폭넓은 영역에서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급속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대학원 과정에서 본인의 연구 과제를 정하고 지도 교수나 그 외 다른 많은 연구실의 동료, 선배들과 논의를 거듭해 오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과제 해결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최종적으로는 스스로의 책임으로 학위 논문을 완성하셨습니다. 사회가 여러분에게 기대하는 것은 연구 성과로서의 학위 논문 내용도 물론이지만, 오히려 여러분이 그 학위 논문 작성 과정에서 직접 경험하고 습득한 그러한 프로세스의 총체입니다. 여러분이 실제 사회에 나가서 다양한 상황에서 부딪히거나 요구 받을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응용 가능한 소양과 역량의 총체이기도 합니다. 이는 종종 Transferable Skill Set라 불립니다. 이 ‘전용 가능한 기술 세트’에는 크게 세 가지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우선 과제를 찾아내 해결하기 위해 실행하는 ‘Task Management Skill’. 다음으로 과제에 임하는 자율성을 조직하는 ‘Self Control Skill’, 또 팀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 인간 관계를 구축하는 ‘Human Skill’입니다. 점점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사회가 내포한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Transferable Skill Set를 갖춘 인재가 지금까지 이상으로 필요해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어떤 길로 나아갈지에 대해서는 물론 본인 스스로 여러 모로 생각하셨겠지만, 동시에 주변 분들과 상의하거나 의견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Mark Granovetter는 1970년 하버드대학 박사 과정 재학 중에 진행한 연구를 통해 보스턴의 전문직과 기술직 등 화이트 컬러들이 어떻게 취업 정보를 접하고 구직자와 직업의 매칭이 이루어지는지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강력하고 긴밀하게 연결된 사람보다 가끔 만나는 정도의 그다지 강하게 연결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더욱 도움되는 취업 정보를 얻는다는 흥미로운 경향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인간적 연결을 ‘유대’라 부르는데, Granovetter의 이 논문은 이후에 ‘약한 유대의 강점(The strength of weak ties)’ 가설로 이론화되어 사회경제학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리딩스 네트워크론” 노자와 신지(野沢慎司) 편/감역, 게이소 쇼보, 2006년 수록).
Granovetter는 사회학 연구에 개인 간 연결(유대)의 세기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개인 간 유대의 세기를 규정하는 것으로 그는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 감정의 강도, 친밀도, 그리고 상호의존성 등 네 가지 요인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Granovetter는 개인 간의 의미 있는 정보 전달에는 ‘약한 유대’ 가 ‘강한 유대’에 비해 명확히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강한 유대로 연결된 그룹이나 사회적 집단(Clique)은 당연히 매우 동질적이라서 그 안에서 신규성 높은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는 일은 많지 않은 데 비해, 정말로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정보는 오히려 약한 유대로 연결된 개인에게서 많이 얻어진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를 종종 ‘이심전심’이라고도 하는데, 비슷한 사고 방식이나 지향성을 공유하는 그룹이나 Clique에 속해 있으면 당연히 편안할 겁니다. SNS가 고도로 발달된 현대에는 SNS를 매개로 한 연결도 개인 간 유대의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전혀 모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관계, 즉 약한 유대 관계가 다양한 집단 간 정보 교환의 다리 역할을 하여 보다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객관적이고 적정한 의사 결정에 이르게 되는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Granovetter의 이 ‘약한 유대의 강점’ 이론은 Joseph Schumpeter의 이노베이션 이론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태어난 사회경제학자인 Schumpeter는 경제 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혁신이며, 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 혁신은 언뜻 관계없고 동떨어져 보이는 다양한 요소가 결합됨으로써 창출되는 새로운 가치 창조에 의해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존의 경제적 균형을 크게 변화시키는 기술 혁신을 ‘신결합’ 또는 이노베이션이라 부르며, 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조직의 경영자와는 구별해 ‘기업가’(entrepreneur)라 불렀습니다. 여기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신결합, 즉 언뜻 관계없고 동떨어져 보이는 요소의 결합에 의한 새로운 가치 창조이며, Granovetter가 말하는 인간 관계의 ‘약한 유대의 강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듯합니다.
최근에는 이른바 대학발 벤처나 스타트업이 큰 화제가 되고 있어 여러분도 관심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는 이미 그러한 활동을 하고 계신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벤처란 일반적으로 창업, 즉 새로 회사를 일으키는 것을 말하며 스타트업도 이에 포함되는데, 스타트업 벤처에는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창업이라는 의미에 그치지 않고 규모의 크기나 영역에 관계없이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에 변혁을 일으킨다’는 강한 의지가 그 기초에 있는 듯합니다. 프런티어 정신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러한 독창적이고 다양한 시도는 이윽고 결합되어 큰 기술 혁신, 그리고 이노베이션을 창출하며 사회나 경제에 크고 비약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드디어 실제 사회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곳이 어떤 세상이든, 여러분이 지금까지 코로나 사태를 포함해 힘든 대학원에서의 연구 활동 속에서 배양해 온 Transferable Skill Set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크게 활약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서도 여러분은 강한 유대의 닫힌 세상에 머무르지 말고, 널리 사회를 향해 마음의 창을 열어 두셨으면 합니다. 여러분과 같은 경험을 쌓은 학위 취득 인재가 사회의 폭넓은 영역에서 자유자재로 활약하며 그 힘을 아낌없이 발휘하는 것이 일본 사회의 변혁과 발전을 꾸준히 이끄는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여러분이 본교의 학위 소지자로서 사회와 사람들의 미래에 크게 공헌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제 축하 말씀을 갈음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