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대학에 입학하신 석사과정 91명, 박사(후기)과정 128명, 전문직 학위과정 3명 여러분, 입학 대단히 축하드립니다. 교직원 일동을 대표해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또한 지금까지 여러분을 지원해 오신 가족 및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축하 말씀드립니다. 일본은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지 않아 올해 대학원 후기 입학식도 온라인으로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입학생 여러분들을 직접 만나 축하의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아쉽지만 온라인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자 합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교토대학 대학원 석사과정, 박사(후기)과정 및 전문직 학위과정을 통해 다양한 학술 영역에서 연구생활의 첫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올해는 교토대학이 창립된 지 꼭 125년째인 기념할 만한 해이기에 먼저 본교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교토대학은 1897년에 일본에서 두 번째 제국 대학으로 창립되었습니다. 메이지 유신 이래 일본은 정치·경제 그리고 사회체제의 급속한 대변혁을 거쳐 근대적 국민국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1886년 제국대학령에 의해 도쿄대학은 고부대학교(工部大学校)를 통합하여 일본 최초의 제국대학이 되었는데, 이는 주로 새로운 국민국가 건설에 필요한 관료나 기술자 등 인재 육성이 목적인 캐치 업형 대학이었습니다. 한편, 당시 서양에서는 이미 제2차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혁신이 진행되어 학술과 과학의 급속한 진보가 사회발전의 주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대 배경 속에서 이윽고 일본에서도 독자적이고 혁신적인 학술 및 과학 연구 추진이 불가피하며, 이를 위해서 중심적인 역할을 완수하는 이노베이션형 대학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기운이 높아져 1897년 교토제국대학 설립에 이르렀습니다. 교토대학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학술연구를 위한 대학’으로서 출발한 대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창립 이래 교토대학은 자유로운 정신에 의거한 학술·과학 연구로 인한 진리 탐구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적 가치 창조를 목표로 삼으며 오늘날까지 125년에 걸친 긴 역사를 새겨 왔습니다. 그동안 교토대학에서 자연 과학 분야에서는 물리학, 화학, 의학·생리학을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가장 많은 11명의 노벨상 수상자, 수학에서는 2명의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또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도 ‘교토 학파’라고 불리는 서양 철학과 동양 사상의 융합을 지향하는 독창적인 철학을, 그리고 ‘신쿄토 학파’라고 총칭되는 필드 활동에 의거한 학제적 공동 연구 스타일을 개척하여 세계에 널리 알려왔습니다. 지난 6월에 교토대학 창립 125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서 지금도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본교 관련 6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참가한 기념 포럼이 열렸습니다. 이 포럼에 참가하면서 저는 이러한 뛰어난 연구자분들에게는 물리학, 화학, 의학·생리학처럼 연구영역은 전혀 다르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강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독창성의 존중이며 독창적이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정신이 필요하다는 믿음입니다. 혼조 다스쿠 박사는 트렌드는 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했으며 노요리 료지 박사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라면 세계 어디든지 자유롭게 찾아가야 한다고 항상 말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은 진리 탐구를 목표로 하는 학술연구야말로 언젠가는 반드시 사람들에게 유익한 사회적 가치의 창조로 이어진다는 확신입니다. 본교의 화학 분야에서는 아시아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후쿠이 겐이치 박사를 비롯하여 3명의 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만, 이곳에서는 ‘응용을 하려면 기초를 해라’라는 말이 지금도 계승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노요리 료지 박사의 연구에 근거한 약제 등 많은 유용 화합물의 합성 기술 개발, 요시노 아키라 박사에 의한 리튬 전지 개발, 야마나카 신야 박사의 연구에서 비롯된 재생 의료의 전개, 혼조 다스쿠 박사의 연구 성과에 근거하는 획기적인 암 치료법의 개발 등 모두 독창적인 기초 연구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혼조 박사의 노벨상 시상식 후에 이 새로운 치료를 통해 암을 극복한 많은 환자들이 박사를 둘러싸고 악수를 하며 감사해 하던 광경은 제게는 수상식보다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교토대학은 ‘자유로운 학풍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며 다차원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함으로써 지구 사회의 조화로운 공존에 기여함’을 기본 이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와 지구환경 파괴의 진행, 폭력과 전쟁, 신형 감염병, 격차와 빈곤, 저출산 고령화 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기에 더욱 여러분과 같은 젊은 세대의 학술과 과학에 대한 열의와 희망이 외적 요인으로 꺾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부조리한 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며 이 지역의 학생들은 정상적인 교육연구 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있지만, 올해 가을부터 20명 가까운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본교에서 교육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교토대학에 입학했던 학생 중 한 명인 안나 크레셴코 씨는 올해 4월부터 새롭게 본교의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에 임하는 한편, 임산부나 육아기 여성의 멘탈 케어라는 사회적 과제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이노베이션을 일으키는 독창적인 사회 기업가(Social Entrepreneur)로서 새로운 커리어를 일본에서 만들고 있어 장래가 크게 촉망받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연구 생활의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만, 저는 여러분이 이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연구 대학에서 여러분 개개인의 흥미나 관심이 향하는 대로 마음껏 연구에 몰두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동시에 특히 해외 유학생 여러분이 일본을 대표하는 고도 교토에서 일본 문화를 직접 접하고 더욱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교토는 문화와 학술의 땅인 동시에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이 학술의 땅에서 연찬을 거듭하시고, 나아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자유롭고 독창적인 커리어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사회에 기여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저의 축하의 말씀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2년 10월 1일
교토대학 총장
미나토 나가히로(湊 長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