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대 총장 미나토 나가히로(湊 長博)
오늘 교토대학 대학원에 입학하신 석사 과정 2,291명, 전문직 학위 과정 325명, 박사(후기) 과정895명 여러분, 입학 대단히 축하드립니다. 참석하신 이사, 관계 부국장을 비롯한 교토대학 교직원 일동을 대표해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여러분을 지원해 오신 가족 및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축하 말씀 드립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다양한 학술 영역에서 교토대학의 대학원 석사 과정, 전문직 학위 과정, 또는 박사(후기) 과정에서 새로운 연구 생활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재작년 이래 전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고통을 겪었습니다. 여러분도 지금까지 많은 제약 속에 힘든 학생 생활을 겪으셔야 했을 줄 압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무사히 학사 과정을 수료하고 새로이 본교 대학원에 입학하신 데 경의를 표하며,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 감염병은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여러분은 앞으로의 대학원에서의 학술 연구 활동을 위해 새로이 마음을 다잡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2022년은 교토대학에 있어서도 전환점을 맞는 해입니다. 본교는 1897년 6월 교토제국대학으로 창립되었습니다. 따라서 올해는 마침 창립 125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좋은 기회이니 여기서 여러분께 본교 역사에 대해 잠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부터 18년이 지난 1886년, 일본 최초로 도쿄에 관립 대학이 설립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제국대학’이라 불렸으며, 일본이 근대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관료와 기술자 등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세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급속도로 서구의 학술과 문화 도입이 진전됨에 따라 일본에서도 독자적으로 학술 연구와 고등 교육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1897년 칙령에 의해 이곳에 두 번째 제국대학으로 교토제국대학이 설치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원래 있던 제국대학은 도쿄제국대학으로 이름이 바뀌게 됩니다. 여기에는 젊어서 소르본대학에서 수학한 국제파 교양인이며 후에 ‘마지막 원로’로 일본 근대화에 몸바친 사이온지 긴모치(西園寺公望)의 ‘정치의 중심에서 떨어진 교토 땅에 자유롭고 신선한, 그리고 정말로 진리를 탐구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학부 차원의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대학원을 보면 교토제국대학 설립과 함께 당시의 학위령이 개정되었고, 1899년에는 교토제국대학대학원규정이 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대학원 교육 과정이 정비되지 않았어서 학위는 주로 총장 추천과 논문박사였으며, 당시 학위 수여 수는 모두 합해 연간 10건 안팎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1911년에는 당시 뉴욕 록펠러 연구소에 있던 35세의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가 논문 제출을 통해 교토제국대학으로부터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같은 해 관보에는 ‘문부대신은 교토제국대학 병리학 교실 추천을 받아 후쿠시마현 평민 노구치 히데요에게 의학박사 학위를 수여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어, 대학은 추천자이고 학위 수여자는 문부대신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노구치의 학위 논문은 현재도 본교 의학부 자료실에서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학위 수여 교육 과정 차원의 대학원’이 처음으로 창설된 것은 19세기 후반 미국의 존스홉킨스대학이었습니다. 이 대학원에는 세계 각국에서 엄선된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이 대학원 제도는 이윽고 하버드대학, 콜롬비아대학 등 미국 전역에 확산되었고 매년 몇 만 명씩 학위 취득자가 배출되었습니다. 그 중 대다수가 정부기관이나 민간 기업 등에서 요직을 맡게 되면서 미국에서 학위는 매우 높은 사회적 이점과 존경을 얻게 됩니다. 일본에서는 1953년 국립대학에 신(新)제 대학원이 설치되었는데, 여러분이 입학한 것이 이 ‘학위 수여 교육 과정’ 차원의 대학원이며, 학위수여자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학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창립 125주년을 맞는 이 교토대학의 여러 학술 분야 대학원에 입학해 본격적인 학술 연구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학술 연구란 원래 개인의 호기심과 미지의 영역에 대한 탐구심이 동기로 작용하는 것이며, 이야말로 학술과 연구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부분일 것입니다. 그런 한편 과학과 기술은 시대에 따라 크게 변화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며, 그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과학자들의 끝없는 개척 정신이었습니다. 20세기 이후 과학 기술 발전의 역사를 보면 그 도약의 밑바탕에는 역시 과감하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온 연구자 스스로의 호기심과 탐구심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매개 역할을 했던 것은 종종 서로 다른 Discipline(전문 분야) 간의 만남이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 분자생물학 연구의 문을 연 사람 중 하나인 Salvador E. Luria는 1912년 이탈리아 토리노 출생으로 토리노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방사선과 의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방사선진단학이나 치료학 등 의학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해 고민하던 중 후에 ‘분자생물학의 아버지’라 불리게 되는 미국 학자 Max Delbrück의 초파리의 방사선 돌연변이 유기 작용 관련 논문을 접하게 됩니다. 이 1930년대는 Wolfgang Pauli와 Niels Bohr 등 양자역학 개척자들이 차츰 생명이라는 것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시기입니다. 원래 이론물리학자였던 Delbrück도 그 영향을 강하게 받아 이미 유전학 연구를 시작한 상태였습니다. 물론 유전자의 실체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Luria는 박테리오파지를 만나게 됩니다. 파지란 박테리아(세균)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의 총칭이며, Luria는 의학자여서 익숙했던 세균 배양 기술을 통해 다룰 수 있었습니다. 파지를 세균 감염시키면 거의 모든 세균이 죽게 되는데, 때로 극히 적은 수의 세균이 살아남는 경우가 있으며 그 자손은 모두 파지 저항성을 지니게 됨을 당시에도 알고 있었습니다. Luria는 정교한 실험을 통해 이런 흔치 않은 저항성은 당시의 생각처럼 파지 감염을 통해 유도된 것이 아니라 일정 비율로 자연 발생한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데이터를 얻게 됩니다.
이 실험 결과를 혼자 힘으로는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Luria는 이를 주저 없이 캘리포니아에 있던 Delbrück에게 보냈습니다. Delbrück은 나치 정권하에 있던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이 전혀 모르는 무명의 젊은 의사가 보낸 실험 결과의 중요성을 바로 이해하고 공동 연구를 시작했고, 1943년 세균에도 유전자가 존재하며 일정한 확률로 돌연변이가 자연 발생한다는 유명한 ‘Luria-Delbrück 실험’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유전자를 분자 차원에서 파악하게 된 것입니다. 이야말로 분자생물학이 탄생한 순간이며, 이 업적을 통해 두 사람은 Alfred Hershey와 함께 196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합니다. Luria의 자서전 ‘분자생물학의 길(A Slot Machine, a Broken Test Tube: An Autobiography)’에는 “어느 우수한 생화학자는 분자생물학이란 인가 없이 생화학을 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한다. 또 어느 고전적 유전학자는 분자생물학은 부적절한 생물을 이용한 유전학 연구라 생각한다고 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그들 주위에 모여든 이른바 ‘파지 그룹’에서 James Watson, Francis Crick, Renato Dulbecco 등이 성장했고, 새로운 학문 영역으로 분자생물학은 그 전성 시대를 맞게 됩니다. Dulbecco의 연구실에서는 본교 이학부를 졸업하고 마찬가지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도네가와 스스무(利根川進) 명예교수님도 공부하셨습니다. 새로운 연구 영역의 개척이나 과학과 학술의 도약에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의 만남과 토론이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생각합니다.
여러분을 둘러싼 세상은 점점 복잡성이 증대되고 있고, 이와 관련된 학술과 과학도 지금까지 이상으로 새로운 연구 영역의 개척과 도약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각 연구 영역에서 기초적 소양을 확실히 습득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동시에 여러분은 너른 시야를 유지하며 영역을 초월해 많은 동료들과 진지한 토론을 나누면서 새로운 학술과 과학의 세계를 열어 가는 개척 정신을 키워 주시길 기대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교토대학의 전통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시작될 새로운 연구 생활에 기대를 품고 계실 겁니다. 마음껏 과학하는 나날을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미 40년 이상 학술 연구 세계에 몸담아 오면서 여러 모로 고생도 고민도 많았지만 결국은 그조차도 즐기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이 교토대학의 대학원 과정에서 마음껏 학술과 연구 생활을 즐겨 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제 축하 말씀을 갈음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는 ‘분자생물학의 길’(Salvador E. Luria 저(이시다테 고헤이(石館康平), 이시다테 미에코(石館三枝子) 역) , 쇼분샤, 1991년)에서 인용해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