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대 총장 미나토 나가히로(湊 長博)
오늘 교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실 95명 여러분, 석사(전문직) 학위를 받으실 2명 여러분, 박사 학위를 받으실 229명 여러분, 대단히 축하드립니다.
학위 취득자 여러분 중에는 유학생 170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교토대학이 수여한 학위는 이로써 석사 학위 85,945개, 석사 학위(전문직) 2,177개, 법무박사 학위(전문직) 2,519개, 박사 학위 46,655개가 되었습니다. 교직원 일동 모두 여러분의 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작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 여러분은 학위 연구의 중요한 기간을 지내 오셨습니다. 대학에서의 학술 연구 활동도 커다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각자의 학위 연구를 관철해 수료하시고 오늘을 맞이하신 데 대해 커다란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진심으로 축하드리는 바입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정식으로 교토대학 대학원 학위 소지자가 되셨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계속해서 아카데미아 세계에서, 또는 실제 사회에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것이며, 이번 학위 수여는 도달점임과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학위를 수여하는 교육 과정으로서의 대학원’이라는 교육 제도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창설된 것은 19세기 후반 존스홉킨스대학이었습니다. 이는 급격히 발전한 과학 기술이 시민 생활은 물론 세계 정치와 경제에도 매우 큰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을 배경으로 교양 중심 학부 교육을 수료한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더욱 고도의 전문 학술 연구를 가능케 하는 교육 과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후 19세기 말까지 대학원 제도는 하버드대학, 콜롬비아대학, 시카고대학 등 미국 전역에 확산되었으며 이윽고 미국 전국에서 매년 일정 규모의 학위 취득자가 배출되게 됩니다. 20세기 이후 미국이 세계의 학술 및 연구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 온 배경에는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원 제도의 확립과 그곳에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우수한 대학원생이 최첨단 연구에 종사해 왔다는 사실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미국형 ‘학위를 수여하는 교육 과정’으로서의 대학원이 제도화된 것은 2차대전 후 학교교육법 제정을 통해서이며 1953년에 국립대학에 신(新)제 대학원이 설치되었습니다. 이로써 학위는 대학원에서의 특정 학술 영역 학식과 업적에 기반한 심사를 거쳐 대학이 스스로의 책임으로 수여하게 된 것입니다. 전부터도 ‘장래에는 박사 아니면 장관감’이라는 말이 있었듯 영예 칭호적 색채가 강한 박사 학위가 일본에도 있었지만 현재와 같은 교육 과정에 기반한 학위는 미국에 비해 아직 역사가 짧다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20세기 중반 이후 그때까지 주로 명문가나 부유층 자제를 받아 왔던 미국의 주요 대학이 교육의 기회 균등을 내걸고 장학금 제도를 확충해 출신이나 경제력과 상관 없이 본인 능력과 실력에 따라 학생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윽고 이런 매우 경쟁성 높은 대학에서 고등 교육을 받은 the Best and the Brightest ‘가장 우수하고 총명한 사람들’이 아카데미아뿐 아니라 정치나 경제 등 사회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중심적, 지도적 역할을 맡아 온 역사가 있습니다. 대학원 과정에서 고도의 전문적 수련을 거친 학위 소지자는 이런 고학력 엘리트의 정점에 있었던 바, 미국에서 학위가 파워 엘리트의 필요 조건이라 여겨져 온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런 한편 최근 하버드대학의 Michael Sandel 교수님은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에서 고학력자 사이에 널리 퍼진 능력주의Meritocracy의 지나친 부정적 측면에 대해 논했습니다. 이는 이들 최고학력자가 그 출신이나 환경의 행운에 의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능력과 끊임 없는 노력으로 성취를 이뤄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대다수 시민에 대한 공감의 상실, 공공익에 대한 기여라는 사명감의 희석을 그들에게 초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입니다.
하지만 Sandel 교수님이 지적한 ‘지나친 능력주의Meritocracy’에 대한 우려는 현재의 일본에는 반드시 들어맞지는 않아 보입니다. 일본에서는 오히려 여러분과 같은 학위 소지자가 본래 그에 걸맞은 평가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저는 듭니다. 이는 사회 환경과 대학원 등 고등 교육이 성립된 과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고도의 교육과 수련을 받은 사람들의 진정한 능력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Sandel 교수님의 화두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andel 교수님은 저서에서 ‘우리가 인간으로서 가장 충만해지는 것은 공동선 Common good에 기여하고 그 기여로부터 우리 동료 시민의 존경을 얻을 때이며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 말하며 이를 기여적 정의 Contributive justice라 표현했습니다. 즉 고등 교육으로 습득한 전문적 학식과 과학적 리터러시를 통해 많은 시민에 대해 공감하며 공공익에 기여하는 것이 진정한 능력(merit)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Andrew Scott 교수님은 ‘100년 시대의 인생 전략’을 ‘일의 미래(The shift)’의 저자 Lynda Gratton과 함께 논한 ‘The 100-Year Life’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What will separate people is not what they know, but rather what they have experienced using this knowledge.” 즉 사람의 가치를 나누는 것은 가진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활용해 무엇을 이루어 왔는가에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진가는 다양한 학술 전문 영역에서 배양해 온 학식과 과학적 리터러시를 활용해 앞으로 여러분이 어떻게 일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지금까지 여러분이 본교에서 학위 논문을 집필하는 원동력이 되어 온 것은 미지에 대한 탐구심과 창의에 대한 의욕이었을 겁니다. 과학과 학술 등 공공익에 기여한다는 것은 반드시 눈 앞의 생활에 직접 도움이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특히 본교 대학원 과정에서 여러분이 반복해서 들었던 말 중 하나는 독창성이라는 말 아니었을까요? 예로부터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만, UCLA의Jared Diamond 교수님은 새로운 획기적 기술이나 유익한 기법은 독창적인 과학에 기초해 생겨나는 것으로, 역사적으로는 ‘발명이야말로 필요의 어머니’였다고 말합니다. 또 노벨 물리학상을 일본에서 처음으로 수상한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본교 명예교수님은 저서 ‘시와 과학’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론물리학자의 창의적 활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관점에서 보았을 때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사안의 깊숙한 근저에 있는 합리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으로 비약적으로 옮겨가야만 한다. 처음부터 합리성이 명확해 보이는 대상만 다루는 한 가장 커다란 창의력이 발휘될 기회는 사라진다’. 유카와 교수님을 비롯한 20세기 물리학의 거장들은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었는데 21세기가 된 오늘 그에서 발상이 비롯된 양자 컴퓨터는 이제 정보사회에 혁신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학위 소지자들에게 기대되는 자질에는 그 학술 영역을 불문하고 공통된 요건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너른 교양, 정확한 지식과 기술, 논리적인 연구 수행 리터러시에 기초해 어려운 과제에 창의적으로 맞서는 자세일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기후 변화와 대규모 재해, 감염증 팬데믹, 글로벌 인구 및 식량 문제, 상대적 빈곤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격차, 선진국의 저출산 고령화 등 수많은 인류적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는 모두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으며 동시에 의사결정에 아주 많은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들로, 그 해결에는 학술 영역을 불문하고 모든 방향에서 접근해야만 합니다. 일찍이 철학자 Immanuel Kant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철학은 배울 수 없다. 철학하는 것밖에 배울 수 없는 것이다.’라며 ‘철학한다’는 것은 ‘이성의 재능을 눈 앞의 시행(시험 삼아 하는 것)을 통해 수련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힘든 학위 연구 중에 여러분은 ‘과학하는’ 것을 통해 ‘이성의 재능’을 눈 앞의 실험이나 조사 속에서 단련해 오신 겁니다. 이런 커다란 변화의 시대야말로 ‘과학하는’ 것을 배워 오신, 즉 이성의 수련을 거듭해 오신 여러분과 같은 인재를 사회는 필요로 하고 있을 겁니다. 비록 갈 길은 멀더라도 여러분이 그 학식과 창의적 사고력을 통해 지구 환경과 국제 사회에 기여하게 되면 일본에서 학위에 대한 평가도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사회 곳곳을 담당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학위 수여는 도달점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입니다. 새로운 세계에서 지금까지 수련을 통해 배양해 온 역량을 유감 없이 발휘해 활약하시길 진심으로 기대하고 응원하며, 축하 말씀을 갈음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