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대학원 입학식 축사 (2021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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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대 총장 미나토 나가히로(湊 長博)

湊総長

 오늘 교토대학 대학원에 입학하신 석사 과정 2,274명, 전문직 학위 과정 333명, 박사(후기) 과정 905명 여러분, 입학 축하드립니다.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마쓰모토 히로시(松本紘) 전 총장님, 야마기와 주이치(山極壽一) 전 총장님, 참석하신 이사, 관계 부국장을 비롯한 교토대학 교직원 일동을 대표해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여러분을 지원해 오신 가족 및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축하 말씀 드립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다양한 학술 영역에서 교토대학의 대학원 석사 과정, 전문직 학위 과정, 또는 박사(후기) 과정에서 새로운 연구 생활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작년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전 세계가 고통을 겪었습니다. 현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도 예외가 아니라 여러분도 매우 제약이 많고 힘든 생활을 겪으셔야 했을 줄 압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무사히 학사 과정을 수료하고, 또는 사회인 생활을 잠시 접고 새로이 본교 대학원에 입학하신 데 경의를 표하며,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이 오늘 입학하실 대학원이라는 데는 어떤 곳일까요? 일본 문부과학성은 ‘일본의 대학원은 일정한 교육 목표, 수업 연한 및 교육 과정을 가지고 학생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장, 즉 교육 과정의 성격을 지니며 그러한 교육을 수료한 자에게 특정 학위를 수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과정 제도’라 정의합니다. 즉 한 마디로 말하자면 ‘학위 수여 교육 과정’이라는 겁니다. 이런 ‘학위 수여 교육 과정’ 차원의 대학원을 처음으로 만든 곳은 미국의 존스홉킨스대학입니다. 니혼대학의 하다 세키오(羽田積男) 교수님이 미국 의학 교육에 혁명을 일으킨 Abraham Flexner의 ‘Universities: American, English, German’ 등을 토대로 자세히 소개한 바 있습니다. 19세기 중반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박사 학위를 배출한 것이 예일대학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데 당시에 학위는 매우 드물어서 미국 전체적으로 연간 겨우 20건 정도였으며 아주 특별한 것이었던 듯합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에 존스홉킨스대학에서는 당시 일반 교양, 또는 리버럴 아츠(Liberal Arts) 교육 기관이었던 대학을 졸업한 학생을 대상으로 고차원적 연구를 가능케 하는 과정 조직으로서 처음으로 대학원을 만들었으며 거기에 학위 취득 프로그램을 중요한 요건으로 포함시킨 겁니다.

 이 배경에는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에 걸친 유럽 산업혁명에 따른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우선 독일을 중심으로 과학 연구를 대학의 기본 기능으로 삼는 움직임이 일어난 상황이 있습니다. 그때까지 대학은 교양을 심화시키고 신학, 의학, 법학 등 전문 직업인 양성을 위한 기관이었으며 과학 연구는 주로 자산과 시간에 여유가 있는 귀족 계급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대표적 인물 중 하나는 근대 물리학과 화학의 기초를 닦은 천재 Henry Cavendish일 겁니다. 그는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데본셔 공작가 출신으로 캠브리지대학에서 배운 후 자기 별장에 실험실과 공작실을 만들어 거의 아무와도 교류하지 않고 다양한 실험을 했습니다. 그는 살아 있는 동안은 왕립협회에 18개 논문을 발표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후 남겨진 방대한 실험 노트에 대해 James Maxwell이 자세한 검증과 재현 실험을 수행한 결과 근대 물리와 화학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원리 중 많은 부분이 매우 정확한 실험에 의해 이미 증명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1871년 캠브리지대학에 그를 기념해 Maxwell을 소장으로 설립된 Cavendish연구소에서는 현재까지 노벨 수상자가 단일 연구소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29명 배출되었습니다.

 1810년 베를린대학 창설과 함께 연구와 교육을 일원화시키는 이른바 ‘Humboldt 이념’, 연구중심주의가 독일 대학에서 확산됩니다. 그 영향을 받아 미국에서 처음으로 창설된 존스홉킨스대학 대학원은 그 후 우수한 학위 취득자를 많이 낳았으며 그들은 대학 등 연구 기관과 정부, 민간 조직에서 요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대학원의 성공에 촉발되어 19세기 말까지는 하버드대학, 콜롬비아대학, 시카고대학 등 미국 전역의 주요 대학에 연이어 대학원이 설립되었으며, 20세기 들어서는 미국 전국에서 일정 규모의 학위 취득자가 매년 배출되게 되었습니다. 당시 석사와 박사 학위는 지금과 같은 상하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병렬적이었으며 이는 주로 각 대학 관행을 따랐던 듯합니다. 이윽고 그들이 세계의 학술 연구와 과학기술 발전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19세기에는 독일의 대학이, 그리고 20세기 들어서는 미국의 대학원이 세상을 이끌어 가게 됩니다.

 본교가 일본에서 두 번째 제국대학으로 창립된 것은 19세기 말인 1897년으로, 먼저 출발한 도쿄제국대학이 강의를 중심으로 고도 전문 인재 육성에 주안점을 둔 데 반해 본교는 연구를 중심 기능으로 여기는 독일형 연구 대학을 지향했던 것은 잘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 당시도 물론 학위 제도는 있었는데, 이는 학위령에 따라 제국대학이나 박사회 추천을 받아 대학이 아니라 문부대신이 수여했으며 이 역시 드물고 칭호적 색깔이 강한 것이었습니다. 대학에 ‘학위 수여 교육 과정’ 성격의 미국형 대학원이 설치된 것은 2차대전 후 신(新)제 대학으로 바뀌면서부터였으며 문부성령으로 국립대학에 대학원 설치 기준이 정해진 것은 1974년입니다. 그 후 일본에서도 매년 꾸준히 석사와 박사 학위 취득자가 배출되었으며 오늘까지 교토대학은 모두 합해 석사 90,543명, 박사 46,427명을 배출했고 그 중 많은 분들이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눈부시게 활약하고 계십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이 교토대학의 여러 학술 분야 대학원에 입학해 본격적인 학술 연구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20세기 이후 과학과 기술은 그 엄밀한 인과율을 기초로 비약적인 진보를 이뤄냈으며 인류와 사회의 발전에 주도적 공헌을 해 왔지만 학술과 과학을 둘러싼 상황은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 코로나19 팬데믹만 봐도 확실히 의학과 생물학의 진보는 기존에는 생각지도 못했을 속도로 원인 바이러스의 동정, 감염 메커니즘 해명과 진단법 확립, 더 나아가서는 백신 제조까지 가져왔지만 아직 이 감염증을 극복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으며 전 세계 확진자는 존스홉킨스대학 3월 조사에 의하면 약 1억 3000만 명에 달했고 270만 명 이상이나 되는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팬데믹에 대처하는 각국의 의사결정에는 그 지역의 역사와 생활 양식, 문화, 종교, 정치 경제 체제 등 많은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때문에 최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명확한 지침을 세울 수 없습니다. 지금 인류가 직면한 최대 과제 중 하나로 여겨지는 지구의 기후 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신 과학에 의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으로 인한 위기적 환경 변화가 예측되었으며 그 주 원인 중 하나로 생각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와 사회의 건전한 존속을 위해 고려해야 할, 이른바 ‘지구 위험 한계선’ Planetary boundary의 경우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최적해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지구 규모의 현상들은 대단히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은데다가 그 의사결정에 매우 많은 이해가 관여되어 있어서 과학철학자 Jerome Ravetz 등이 말하는 ‘Post-Normal Science’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겁니다. 이 영역에서는 지금까지처럼 개별 과학의 진보와 혁신만으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고 더 포괄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과학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Ravetz는 이를 ‘안전과 건강과 환경 그리고 윤리의 과학’ The sciences of safety, health and environment, plus ethics라 부릅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어떤 학술 연구 분야로 나아가시든 각 영역의 확실한 지식 및 기량과 함께 더 넓은 관점과 식견도 요구받게 되실 겁니다. 개인적 말씀을 드리자면 저 자신은 대학원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 어떻게 해서라도 하고 싶던 연구가 있어서 마음이 조급해진 나머지 바로 미국 대학 연구실로 뛰어들었습니다. 다행히 그곳의 멘토는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완전히 자유롭게 하도록 해 주었고 그 이후 40년에 걸쳐 연구 생활을 계속해 왔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대학원을 거치지 않고 지름길을 택한 대가로 과학 전반에 걸친 넓은 기본적 지식과 리터러시를 습득하는 데 그 이후 꽤나 고생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세상의 복잡성이 항진되는 가운데 학술과 과학의 양상도 크게 바뀌고 있어 미래의 연구자에게 대학원 교육의 중요성은 유례 없을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그렇더라도 학술 연구란 원래 개인의 호기심과 미지의 영역에 대한 탐구심이 동기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이는 시대가 변해도 변하는 부분이 아니며 당사자에게는 즐겁고 도전적인 것입니다. 연구자의 호기심과 도전 정신이야말로 학술과 과학 연구의 원동력입니다. 여러분도 앞으로 시작될 새로운 연구생활에 기대를 품고 계실 겁니다. 저 자신도 40년 이상 학술 연구 세계에 몸담아 왔는데 여러 모로 고생도 고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그조차도 즐겨 왔다 말씀드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도 앞으로 이 교토대학의 대학원 과정에서 마음껏 연구 생활을 즐겨 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제 축하 말씀을 갈음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