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토대학 대학원에 입학한 석사 과정 82명, 전문직 학위 과정 6명, 박사(후기) 과정 149명 여러분, 입학 축하드립니다. 이사, 부학장, 연구과장, 학관장, 학사장, 교육부장과 함께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또 지금까지 여러분을 지원해 주신 가족 및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축하 말씀 드립니다.
이제 여러분은 학문을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해 각 학문 분야로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교토대학에는 다양한 학문 분야 대학원이 설치되어 있으며 총 23종의 학위가 수여됩니다. 18개 연구과, 13개 부설연구소, 14개 교육연구시설이 여러분의 배움을 지원합니다. 석사 과정에서는 강의를 듣고 실습과 필드워크를 통해 학부에서 배양한 기초 지식/전문 지식에 더해 더욱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갈고 닦는 것이 요구됩니다. 전문직 학위 과정에서는 강의 외에 실무 실습, 사례 연구, 현지 조사 등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실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로부터 배울 기회가 많아집니다. 박사 후기 과정에서는 논문을 쓰는 것이 중심이 되어 이를 위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선행 연구와의 비교 검토가 반드시 필요해집니다. 또 현대 사회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적인 지식과 기술 습득을 추구하는 5개 리딩 대학원 프로그램과 2개 WISE Program(Doctoral Program for World-leading Innovative & Smart Education, 문부과학성 선정)을 운영 중입니다.
대학원에서 고급 학문을 공부하게 될 여러분은 앞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세상에 맞서 나가야 합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커다란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서 구마모토 지진과 홋카이도 이부리 동부 지진이 연달아 일어났으며, 가까운 미래에 더욱 큰 난카이 해구 지진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태풍으로 인한 재해도 심각한 상황으로, 각지에 강풍과 폭우를 가져와 피해를 일으켰으며 최근에도 지바현에서 강풍으로 많은 가옥이 무너지고 대규모 정전이 오랫동안 계속됐습니다. 이런 자연 재해 증가의 원인을 지구온난화에서 찾는 견해는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집중 호우는 기온과 해수온 상승에 따른 수증기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데, 이미 수 십년 만이라 불리는 호우가 각지에서 빈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세계 각지에서 대규모 산림 화재와 홍수, 회오리바람 등이 발생해 피해 국가들은 인명 구조와 피해 복구에 쫓기고 있습니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 이후 18년 만에 채택된 기후변화협약인데, 전체 196개 회원국이 모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을 의무화하고 진척을 조사해 보고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그 목표는 21세기 말 세계 평균 기온 상승폭을 2℃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현재 상황이 계속되면 21세기 말에는 4℃ 이상 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를 2℃ 미만, 더 나아가 스트레치 목표인 1.5℃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세계 전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순 제로(net zero)로 만들고, 그 외의 온실가스도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발표를 듣고 세계 각지에서 젊은 세대가 행동에 나서 정부와 사회에 이에 대처하기 위한 변혁을 촉구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달 21일에는 같은 달 23일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앞서 ‘청년 기후 정상회의’가 개최되었고, 스웨덴 고등학생 Greta Thunberg씨의 주도 아래 미래를 짊어질 세대의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 행동해야 할 때”라는 절실한 호소가 전 세계로 보도되었습니다. 아카데미즘의 세계에 있는 우리는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해결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얼마 전에 저는 이 정상회의에 앞서 일본학술회의 회장 자격으로 ‘지구온난화’ 대책에 관한 긴급 메시지를 환경성 지구환경국장님께 건네 드렸습니다. 인류 생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지구의 온난화’가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억제하기 위해 국내외 연계 강화를 신속히 추진할 것, 그 중에도 인류 생존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대기 보전과 물, 에너지, 식량의 통합적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것, 육지와 해양의 생태계 보전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경제 및 사회 시스템으로의 변혁이 조속히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자제하거나 부담을 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교통, 도시, 농업 등 경제와 사회 시스템 변화를 통해 풍요로워지면서도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길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교토시도 올해 5월 개최된 IPCC 제49회 총회 교토시 개최 기념 심포지엄 ‘탈탄소사회 실현을 위해 ~세계 동향과 교토의 도전~’에서 2050년까지 ‘순 배출량 0’을 실현시키기 위해 모든 방안을 추구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추진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했습니다. 교토대학은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가진 모든 지식의 힘을 다해 그 구체적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습니다.
그런 한편 동시에 일본이 직면해 있는 난제는 인구 축소와 저출산 고령화입니다. 일본은 2010년경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2050년에는 고령화율이 40%에 육박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습니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4로, 이 수치가 내려가면 인구 축소가 가속화됩니다. 또한 인구의 도시 집중으로 인해 지방 과소화가 심해져 한계마을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2040년까지 지자체 중 약 절반이 소멸될 것이라는 추산까지 나왔습니다. 일을 할 젊은 세대가 줄어들면 연금과 의료 등 기존 사회보장 제도가 무너지게 되고 지역 행정과 산업 진흥에 많은 지장이 발생합니다. 이런 급격한 인구 축소와 저출산 고령화의 충격은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되지만, 일본에 이어서 한국,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에도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이 세계에서 앞장서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이 과제를 정보통신기술(ICT)로 해결하려는 것이 Society 5.0이 지향하는 ‘초스마트 사회’입니다.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화상 진단하는 의료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 병원이 없어도 원거리 진단으로 치료법을 확정해 약을 처방받습니다. 일손이 부족한 부분을 정보기술과 로보틱스로 보완해 스마트 농업이나 스마트 어업을 창출합니다. 정확한 수요 예측과 기상 예측을 토대로 다양한 에너지를 통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더 나아가서 어디에서나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가정이나 사무실의 많은 작업들을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는 스마트 시티 구상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도 공장은 5세대 이동통신 시스템(5G) 데이터 기반 위에서 가동되고 논밭에서는 토양과 환경에 따라 최적의 품종과 관리 방법을 골라 필요한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데이터 오픈화가 확대되어 새로운 제품의 개발, 물류, 판매, 소비에 이르는 흐름을 AI가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람은 그 과정의 여러 분야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초스마트 사회’ 구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단 ICT가 꼭 올바른 곳에만 쓰이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일부러 잘못된 정보를 유포해 사람들을 그릇된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개인정보를 훔쳐내 나쁜 일에 이용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가짜 뉴스가 때로는 한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각국은 기밀정보 유지를 위해 기를 쓰고 정보보안 기술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주공학, 해양탐사 기술, 로보틱스 등도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현대 과학기술은 재해 예측과 방지 등 인간 복지에 이용될 뿐만 아니라 군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안전, 안심을 위한 연구 개발과 군사 이용이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한 채 진행되는 상황을 학술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가 커다란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과학자들이 전쟁에 협력해 무기 개발에 참여한 결과 원자폭탄 투하를 포함한 대규모 파괴가 자행되었고,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깊은 반성과, 다시 그런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차원에서 교토대학은 군사와 직결되는 연구를 극력 제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초스마트 사회’의 꿈은 매력적이지만 과학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인간의 몸과 마음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급증하는 생활습관병으로 대표되듯 오랫동안 수렵채집 생활에 적응하도록 진화해 온 우리의 몸과 마음은 현대의 인공적인 환경과 부조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부조화를 개선하려면 생활 습관을 고치고 인공적인 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단 인간 그 자체를 새로운 환경에 맞춰서 바꾸는 것도 유전자 편집 기술이나 생체공학에 의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에이즈를 앓던 남성과의 사이에 생긴 유아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설계한 디자이너 베이비의 탄생이 중국에서 보고되었습니다. 이 기술을 발전시키면 부모와는 다른 유전자 구성을 지닌 아이를 가질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방사능 오염이나 산소 결핍 등 가혹한 상황을 견디는 성질을 지닌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로봇과 인간의 몸을 합체시키면 심해나 우주로도 더 쉽게 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인간 개조가 진행되었을 때, 인간을 대체 어떻게 정의내리면 될까요? 업그레이드된 인간과 자연 상태의 인간 사이에 체력과 지력 격차가 발생해서 더 이상 동등한 인간으로 함께 살아가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재배 식물과 가축을 만드는 등 인간 외의 생명을 조작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지구의 약 30%를 차지하는 육지에서 사막과 남극이 33% 정도, 삼림이 31% 정도, 목초, 방목지, 경지가 36%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생존하는 포유류 중 90% 이상은 가축과 반려동물입니다. 즉 바야흐로 인간이 만들어낸 생명이 지구를 뒤덮으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을 포함한 생명의 개념, 생태계 전체에 대해 지금이야말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한편 에너지 문제도 심각합니다. 일본의 에너지 자급률은 8.3%(2016년)로 선진국 중에서도 낮은 상황입니다. 1960년에는 58%, 2010년에는 20%였던 자급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성이나 안전보장상 문제도 있습니다. 원자력 에너지는 사고와 폐기물 처리 양면에서 미해결 과제가 많이 남아 있으며 재생 가능 에너지는 출력의 자연 변동 조정 및 전력 계통 증설 등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글로벌하고 장기적 관점에 입각해서 세계관과 인간관, 인간이 살아가는 의미 등 현대의 과제와 과제의 해결 방법에 대해 사회에 물음을 던지는 것이 학술의 역할입니다. 앞으로 교토대학에서 고급 학문을 공부하게 될 여러분은 학술의 힘을 몸에 익혀 급격히 변해 가는 세상 모든 과제들에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세계는 지금 노동집약, 자본집약형 사회에서 지식집약형 사회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처럼 자원이나 물질이 아니라 지식을 공유하고 집약시켜 다양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됩니다. 경제도 사람의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분산과 순환이 사회와 산업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런 미래 사회에서는 다양성과 창의성 외에도 글로벌한 윤리관에 기반한 자기결정력이나 조율능력 등이 필요해질 것입니다.
물론 교토대학은 사회에 바로 도움이 되는 연구만을 장려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교 이래 대화를 근간으로 한 자유로운 학풍을 전통으로 독창적인 정신을 함양해 왔습니다. 이는 다양한 배움과 새로운 발상에 의한 연구 창출로 이어져 미래의 과제를 해결하는 결과로 이어져 왔습니다. 전문성 높은 연구의 길로 들어서는 입구도 좁은 길을 따라 앞만 보고 직진해야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학우들,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대화를 통해 자기 발상을 연마하는 것이 진리의 길로 통하게 됩니다. 오늘 입학한 여러분도 언젠가는 자기 전문이 아닌 다른 학문 영역이나 사회적 과제에 눈을 돌려 활약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에 필적하는 눈부신 활약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흥미가 이끄는 대로 연구 생활에 매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토대학은 그에 걸맞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배움의 장은 교토대학 캠퍼스뿐만이 아닙니다. 사회에 나가기 전에 산업계 현장을 경험하고 자신의 역량과 연구 내용에 맞는 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합니다. 본교도 산학 협동 이노베이션 인재 육성 컨소시엄 사업의 일환으로 많은 기업들이 참가한 중장기 인턴십 및 매칭을 진행 중입니다. 또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역량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 최고 수준 대학들과 복수학위 및 공동학위를 늘렸습니다. 현재 교토대학은 하이델베르크, 방콕, 워싱턴DC, 아디스아바바에 해외 거점을 두고 전 세계 대학들과 연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교토대학의 많은 부국들은 전 세계에 연구자 교류 네트워크 및 거점을 두고 있으며 이들 거점을 활용하며 공동 연구 및 학생 교류를 촉진시켜 국제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을 제고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처럼 교토대학은 교육과 연구 활동을 더욱 내실화해 학생 여러분이 안심하고 알찬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를 위한 지원책으로 교토대학기금을 설립했습니다. 협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19년 10월 12일
교토대학 총장
야마기와 주이치(山極 壽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