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대학원 학위 수여식 축사 (2019년 3월 25일)

제26대 총장 야마기와 주이치(山極 壽一)

오늘 교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실 2,203명 여러분, 석사(전문직) 학위를 받으실 148명 여러분, 법무박사(전문직) 학위를 받으실 129명 여러분, 박사 학위를 받으실 585명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학위를 받으실 여러분 중에는 유학생도 363명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계치를 보면 교토대학이 수여한 석사 학위는 81,168개, 석사 학위(전문직)는 1,845개, 법무박사 학위(전문직)는 2,254개, 박사 학위는 44,850개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Carl, Becker Bradley 명예교수님, 참석하신 부학장, 연구과장, 학관장, 학사장, 교육부장, 고등교육원 부장, 박사 과정 교육 리딩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연구소장을 비롯한 교직원 일동 모두 함께 여러분의 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토대학이 수여하는 석사와 박사 학위는 박사(문학)와 같이 각 전공 분야가 설정되어 있으며 총 23종에 이릅니다. 또 7년 전부터 시작된 리딩 대학원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수료하신 여러분 학위기에는 그 내용이 추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렇게나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여러분이 밤낮으로 절차탁마하며 역량을 갈고 닦아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을 저는 진심으로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학위 수여는 여러분의 지금까지의 노력의 도달점이며 앞으로의 인생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오늘 수여된 학위가 앞으로 인생의 길을 열어 나가는 데 있어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세계는 지금 자본집약형 사회, 노동력집약형 사회에서 지식집약형 사회로 변모하려는 중입니다. 그 곳에서는 정보가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정보통신기술이나 인공지능(AI)이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질병 조기 진단과 신약 개발에 이미 이런 기술이 응용되고 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AI가 병인을 찾아내서 적절한 치료법을 고안, 적용하고, 머지 않아 의료 로봇이 정확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집도하게 될 것입니다. 본교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弥) 교수님의 iPS세포 연구소에서는 iPS세포를 이용해 다양한 신약 개발과 치료법 창출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영양가 높고 안전하며 수확량이 많은 재배 식물과, 성장이 빠르고 맛있는 고기 생산에도 이러한 기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드라이버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스마트 시티 센싱, 카메라와 AI를 이용한 상품 식별 기술, 다국어 자동 번역 기술, 재해 정보 분석 기술 등 새로운 기술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삶을 크게 변화시킬 것입니다. 2045년에 AI가 인간의 뇌를 뛰어넘는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할 것이라 예측하는 논의마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본교 혼조 다스쿠(本庶佑) 교수님은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 세포에 브레이크를 거는 단백질 ‘PD-1’을 발견해 획기적인 암 면역요법을 개발했습니다. 오랜 연구 끝에 혼조 교수님은 암세포가 자신이 가진 PD-L1을 PD-1과 결합시켜 T세포 기능을 억제시킴으로써 자신을 없애려는 면역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다음으로 PD-1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서 암세포와 PD-1의 결합을 저해하고 T세포 면역력을 발휘시켜 암세포를 없애는 구조를 개발한 것입니다. 그 성과로 옵디보나 키트루다 같은 면역관문억제제가 제품화되어 현재 전 세계 암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암세포를 제거하거나 파괴하는 수술이나, 방사선이나 항암제를 이용하는 치료법과는 완전히 다른 치료법으로, 암 치료의 미래에 밝은 빛을 비추고 있습니다. 혼조 교수님의 노벨상 수상은 꾸준한 기초 연구의 성과를 상식을 뒤엎는 치료법과 획기적인 신약 개발이라는 응용 연구 영역까지 확대시킨 것이 인류를 구제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받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작년 12월 혼조 교수님의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기모노 차림의 혼조 교수님이 스톡홀름의 전통 있는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상장을 수여받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자랑스럽게 느꼈습니다. 야마나카 교수님과 더불어,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자가 두 분이나 본교에서 현역 교수로 활약 중입니다. 1949년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교수님이 일본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지 올해로 70년째를 맞았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과학기술이 급격히 진보했다고는 하지만 교토대학의 창조의 정신은 변함 없으며, 학술 연구의 선도적 지위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작년에는 본교 가시와라 마사키(柏原正樹) 교수님이 생애에 걸쳐 출중한 실적을 올린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천상(Chern Medal Award), 그리고 일본이 자랑하는 국제상인 교토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이런 교수님들의 뒤를 잇는 젊은 연구자들이 계속해서 나와 주길 기대합니다.

오늘 학위가 수여된 논문에 대한 보고서를 훑어보니 교토대학다운 보편적 현상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채롭고 심도 깊은 기초 연구가 많다는 인상과 함께 오늘날 세계의 동향을 반영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글로벌화로 인한 이문화와의 교류, 다문화 공생, 사람의 이동과 물건의 유통, 지구 규모의 기후변화와 재해,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정치와 경제의 재편성, 마음의 병을 포함한 많은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등입니다. 이 논문들은 현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 문제나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한 여러 과제들을 날카로운 분석의 칼로 해부하고 그 해결을 위해 새로운 증거와 제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탄탄한 자료에 기반한 깊은 고찰에서 우러나온 이러한 식견은 미래를 위한 적절한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목만 봐도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져 내용을 읽고 싶어지는 논문과 제 이해력을 초월한 새로운 연구가 학위 논문으로 완성되어 있어 저는 그 다양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런 다양성과 창조성, 첨단성이야말로 앞으로의 세계를 바꾸는 사상, 문화와 과학기술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작년 10월에는 1981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후쿠이 겐이치(福井謙一)교수님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이 본교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 행사를 맞아 후쿠이 교수님과 공동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Roald Hoffmann미국 코넬대 교수님이 일본을 방문해 후쿠이 교수님에 대한 추억을 들려 주셨습니다. 20세 연하인 Hoffmann 교수님에 따르면 후쿠이 교수님은 독창적인 방법으로 화학을 파악했으며, 양자역학 계산을 활용해 정교하고 치밀한 이해에 도달하는 달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분 모두 과학 정책과 예술 감상에 관심이 있다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Hoffmann 교수님은 그 교류를 추억하며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의 후가쿠100경(富岳百景) 그림 속 거친 파도에 휩싸인 작은 배 저 너머 후지산이 보이는 판화에 빗대어, 우리 주위로 시뮬레이션의 큰 파도가 무수히 밀려오는 상황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작년에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뉴스에 따르면, 기계학습을 통해 화학자의 계산이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해졌으며, 전자적 특성을 예측하는 것도, 어떤 경질 재료인지 알아내는 것도 쉬워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간단한 데이터 마이닝을 활용하면 10대 딸에게 그 아버지가 임신을 눈치채기 전에 일회용 기저귀 쿠폰을 보낼 수도 있다는 식으로 선전하는 광고대행사까지 나타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편리함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심층 신경망에 한 남성의 사진을 5장 제시해 보니 91% 정확도로 그 사람의 성적 취향을 맞췄다고 합니다. 이런 기술은 여론 조작에도 응용할 수 있으며, 앞으로 많은 나라에서 분단과 감시가 강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가 예지 능력을 뛰어넘는 무언가 선한 것을 지향한다 믿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현상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기쁨을 느끼며 안심하게 됩니다. 그런 이해에는 논리가 필요하며, 단순한 예측과는 다르다고 Hoffmann 교수님은 말합니다. 시뮬레이션에는 현재 기계학습이나 인공 신경망 등 최신 정보기술이 사용되는데, 그렇다고 컴퓨터가 화학이나 물리를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늘 데이터 세트와 답변의 완전 일치만을 추구하는 검색 엔진인 것입니다. 빅 데이터가 공유되는 풍요로운 미래가 도래하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 없는 대규모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담당하는 중요한 임무가 줄어들게 되면 불평등이 지금 이상으로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Hoffmann 교수님은 경고합니다. 게다가 시스템 관리의 집중화는 정치와 경제의 독재적 권력을 낳게 되며, 시뮬레이션은 지배를 위해 남용될 수도 있다고 예측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계의 시뮬레이션과 인간의 이해의 공존을 실현시킬 수 있는 실험이 필요하다고 Hoffmann 교수님은 제안합니다. 1964년에 발표된 후쿠이 교수님의 중요한 논문을 예로 들어 Hoffmann 교수님은 수치 시뮬레이션보다도 사람을 이해의 길로 이끄는 이론의 중요함을 설파했습니다. 그리고 현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 사회, 그리고 세계를 위해 인간이 이해한다는 것의 고유 가치와 시뮬레이션의 효율성을 양립시켜야 한다고 주창합니다.

앞으로 AI와 IT는 인간의 도덕적 생활에도 스며들게 될 테지만, 예술이나 인간의 감성이 도를 넘으려는 과학기술의 고삐를 그러잡는 마지막 방파제가 되리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풍요로운 정보의 혜택 속에서 개인은 고독하며 위험에 맞서야 하는 불안한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친구와 함께 나누는 행복한 시간은 AI가 만들어 줄 수 없습니다. 이는 신체에 기인하는 것으로, 효율화와는 정반대 개념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정보에는 감성이 없어서 목적에 따라 어떻게든 짜맞출 수 있습니다. 정보는 높은 편의성을 지녔지만 이는 인간의 그릇에 맞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는 신체성에 기인한 행복감을 현명하게 녹여 넣은 초스마트 사회를 구상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문과와 이과의 경계를 넘어선 심도 있는 교양과 시공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폭넓은 지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늘 학위를 받으신 여러분은 교토대학에서 배양한 높은 역량을 발휘해 모쪼록 이 어려운 시대에 예지(叡智)의 꽃을 피워 주시기 바랍니다. 학문을 하려면 그 시대에 대한 감성을 지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어떤 학문을 익히더라도 폭넓은 교양과 기초가 필요합니다. 어렸을 때 자연과 어울렸던 경험이나 다른 분야에서 길러낸 식견이 미지의 영역이나 새로운 과제를 발견하는 힘을 키워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세계적으로 과학에 대한 태도가 획일적이며 특히 기술과 접목시켜 사회에 바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혁신만을 원하는 풍조가 있습니다. 내 학문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 지식과 예술을 폭넓게 접하고 연구자 개개인이 자신만의 감성과 과학적 직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도 교토대학에서의 연구 생활을 통해 다른 분야에 널리 눈을 돌리고 활발한 대화를 통해 자신만의 학술 세계를 구축하셨을 것으로 압니다. 그것은 교토대학에서 배운 증거이며 여러분의 앞으로의 생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 될 것입니다. 또 여러분의 학위 논문은 미래 세대를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며 여러분이 남기는 발자취는 다음 세대의 목표가 됩니다. 그 가치는 여러분이 교토대학 졸업생으로서의 자긍심을 지킬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단히 안타깝게도 최근 과학자들의 부정 행위가 잇따름에 따라 연구자들이 사회로부터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교토대학에서 배양한 연구자로서의 자긍심과 경험을 살려 아무쪼록 찬란히 빛나는 인생을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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