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4월5일 2013년도 대학원 입학식 축사
제25대 총장 마쓰모토 히로시
오늘 교토대학 대학원에 진학 및 입학하신 석사과정 2,269명, 전문직 학위과정 328명, 박사 후기과정 879명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부학장님, 연구과장님, 학관장님, 학사장님, 교육부장님, 연구소장님 및 교직원과 함께 여러분의 진학 및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또한 지금까지 여러분을 뒷바라지 해주신 가족과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일본은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을 겪고 이 국난으로부터 복구 및 재건을 위한 길고 험난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범국가적으로 복구 및 재건의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시점에서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한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않길 바랍니다. 또한 우리는 비록 재해지에서 멀리 떨어진 교토에 있지만 재해지에 끊임없이 마음을 쓰고, 그들의 고통을 내 일로 여기며 지성인으로서, 또한 개인으로서 재해지를 응원하겠다는 결의를 여기서 새롭게 다지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진학하는 석사과정에서는 학사과정에서 습득한 지식과 교양에 더해 기초적인 지식을 보충하면서 연구를 위해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터득하는 등 전문가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됩니다. 전문직 학위과정은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 등에 종사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 이론과 실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합니다. 박사 후기과정에서는 석사과정까지 수학한 지식과 기술을 토대로 스스로 연구계획을 짜고 독창적인 연구를 수행해 학술지 등에 연구성과를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지도받습니다. 대학원에서 여러분은 전문가로서 하루 빨리 자립할 수 있도록 연찬을 거듭하시길 바랍니다.
'쓰레즈레구사(徒然草)' 51단에 '모든 일에 해당되는 것으로 한 우물을 판 사람은 존귀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전문가에게 경의를 표한 말입니다. 여러분이 취득한 학사는 말 그대로 읽으면 학문을 일정 수준 배운 사람으로 풀이됩니다. 그리고 석사란 일정 학업을 수학한 사람입니다. 그럼 그 위에 있는 박사는 폭넓게 박학한 사람으로 광범위하게 학문을 닦고 그에 걸맞은 행동까지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세상에 줍니다. 예를 들어 '문학박사' 라고 하면 문학 전반에 걸쳐서 정통한 사람이라고 상상할 것이고 세상은 그러기를 기대할 것입니다. 그런데 실태는 어떻습니까? 박사의 실태는 이와는 반대로 좁은 사람, 즉 '협사(狹士)'가 되어버리진 않았습니까? 혹은 깊이만 있는 '심사(深士)'나 자세하기만 한 '세사(細士)' 말입니다. 단 이는 학위취득자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현대 학문이 떠안고 있는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현재 학문은 더욱 전문화되고 바늘 끝만큼 자세한 전문사항을 교육과정에서 소화시켜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그만큼 학문이 깊어졌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연구실에 들어가면 연구실이 취급하는 문제의 최첨단 연구를 해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연구실에서 다루는 것 이외의 분야의 논문을 쓴다고 하면 지도교수가 달가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교토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기계나 토목, 화학이라도 자세한 것까지는 잘 모릅니다. 남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전파, 전자기 분야로 이는 제 전공과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학박사라기보다는 스페이스사이언스 플라즈마 물리학박사라 칭한다면 저는 자신 있게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인간관찰의 달인으로 알려진 요시다 켄코는 '쓰레즈레구사' 167단에서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은 스스로의 미흡함을 잘 알기 때문에 언제나 현실에 안주하지 아니하며 남에게 자랑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구절을 듣고 여러분은 무지의 지를 말한 소크라테스를 떠올리실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지식을 많이 전수하는 것이 교육이지만 학문은 본래 그 범위를 스스로 규정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습니다. 교육으로 유연해져야 할 두뇌가 특정한 틀에서 사고하는 훈련을 거듭하다가는 유연함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과정이 진행됨에 따라서 전문지식은 늘어나지만 현실에 대해 일종의 거부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결국 인간 누구나가 활용해야 할 인생의 영지조차 잊어버리고 말단의, 사소한 것에 치우쳐 나쓰메 소세키가 말한 검을 흑 사람 인, 즉 '흑인(黑人)'이라고 쓴 '쿠로우토(전문가를 뜻하는 말로 본래 한자는 玄人이라고 씀)'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켄코의 말은 교만해져서 남을 얕보는 인간의 본성을 호되게 훈계하고 진정한 전문가의 참모습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꼭 기억하길 바라는 주옥같은 명언입니다.f
지금까지 전문가의 위험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앞으로의 대학원 생활 동안 쏟게 될 노력은 사회적으로 무익한 것이겠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제가 연구를 포함해 다른 분야에서 그 무엇을 해달라고 요청을 받는다면 다시 공부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나 저는 전공 분야가 없거나 지식의 광맥을 깊이 파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즉흥적으로 말하는 비평가도 아닙니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하나의 사실을 깊이 고찰해 나가면 그 심화 과정에 이르기까지 이용된 논리적 사고 등의 수단이 저절로 몸에 배고 이 때문에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데도 요령이 생기는 법입니다. 이는 경험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지식은 기껏해야 10년, 20년밖에 쓸모가 없습니다. 지식은 점점 쌓이는 것입니다. 대학원에서는 지식 이상으로 배우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며, 동시에 전세계 사람들이 어떻게 경합하여 지금의 지식을 만들어 왔는지를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국제학회 등을 통해서 체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문 지식의 습득은 필요합니다. 적성에 맞고 안 맞고는 다소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예를 들면 돌을 쌓는 것과 같아서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할 수 있습니다. 한편 풍부한 경험을 쌓는 일은 모든 기회를 잡아서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본학에는 대학원을 중심으로 약 1,800명의 유학생과 해외 연구자들이 재적하고 있습니다. 해외 대학과의 학술교류협정도 다수 체결하였고 해외 무사수행의 다양한 기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한 수많은 교토대학 연구자들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본학의 이러한 학술 자원을 유용하게 활용하여 대학원 시절에 활동의 장을 국제무대로 넓혀서 적극적으로 세계로 비상해 주십시오.
교토대학은 사물의 근원을 아는 것, 즉 '무본(務本)'을 지향하는 대학으로 본질은 무엇이고 왜 그런가를 항상 논의합니다. 앞으로 대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잘 활용하여 여러분들의 신선한 감성으로 '왜'를 자문하는 연구의 진정한 묘미에 빠져 보시길 바랍니다.
미증유의 대지진을 겪은 일본 사회는 넓은 시야, 유연한 사고, 난관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기개가 있는 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 혹은 인류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교토대학의 대학원생으로서 보다 높은 곳을 향하여 기성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과제 해결의 길을 모색함과 동시에 자단자시(自鍛自恃)의 정신으로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단련해 주기를 바라며 저의 축사에 갈음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대학원 진학 및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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