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3월25일 2012년도 대학원 학위 수여식 축사
제25대 총장 마쓰모토 히로시
오늘 교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수여받는 2,104명, 석사(전문직) 학위를 수여받는 145명, 법무박사(전문직) 학위를 수여받는 160명, 박사학위를 수여받는 622명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학위를 수여받는 여러분 중에는 738명의 여성과 305명의 유학생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계로 보면 교토대학이 수여한 석사학위는 67,773명, 석사학위(전문직)는 916명, 법무박사 학위(전문직)는 1,419명, 박사학위는 40,171명에 이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사와다 토시오 전 총장님, 명예교수님, 부학장님, 연구과장님, 학사장님, 교육부장님, 연구소장님을 비롯해 교직원 일동과 함께 여러분의 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자리에는 학위를 수여받는 여러분의 가족, 친구, 관계자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학위를 수여받는 여러분은 이분들께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받아온 지원에 대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시기 바랍니다. 저희 교직원 일동도 오늘날까지 가족 및 관계자 여러분들의 노고와 아낌없는 지원에 대해서 감사를 표하며 오늘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걸어온 길은 몇번이나 좌절을 맛본 연찬의 나날이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를 극복하고 대학원에서 전문성을 심화하고, 전문분야에서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오늘 교토대학 학위수여라는 형태로 인정받았습니다. 앞으로는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말고 수여받은 학위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갈고 닦은 전문성과 본인의 뚜렷한 개성을 잘 발휘해서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사회의 리더로서 크게 기여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석사학위, 석사(전문직), 법무박사(전문직) 학위를 받은 여러분은 이전 과정에 비해서 비교적 좁은 영역으로 한정될 수도 있으나 더욱 심도 있게 전문 지식을 습득했을 것입니다. 전문성을 더욱 심화하고 배운 지식을 체계적이고 유연하게 활용하는 힘을 갖고 있는 여러분에게 최근 사회가 거는 기대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석사과정을 이번에 마치고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여러분은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앞으로 더욱 갈고 닦아 학술 세계에서 더 큰 결실을 맺어주시기 바랍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여러분은 전문성을 더욱 심화시켜 누구도 이루지 못한 독창적인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앞으로의 인생에서 소중한 재산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연구직 자리도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연구자로서의 길을 걷지 않으면 박사학위는 사회에서 무용한 것입니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박사학위자에게 거는 기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고도의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최첨단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개척한 과정과 이를 실현한 능력을 잘 살리는 사회 리더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리더로서 자각과 책임감을 가지고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교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만큼 연구자로서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전문 분야에서는 충분히 인정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 사회가 연구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나쓰메 소세키의 <도락과 직업>이란 강연록이 있습니다. 여기서 소세키는 '여러분은 박사라면 모든 일, 인간의 전부, 천지우주를 모두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그와는 정반대로 (중략) 박사가 연구하는 대부분은 바늘 끝으로 우물을 파는 것과 같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중략) 깊기는 깊으나 어쩌랴, 면적이 매우 좁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에서 박사학위에 해당하는 것이 Ph.D.입니다. 이는 Doctor of Philosophy의 약자로 직역하면 철학박사라는 뜻입니다. 해외에서는 Ph.D.를 소지한 정치인, 관료, 경영인들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이는 머지않아 일본 사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의 시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는 항상 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으므로 여러분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인류의 도움이 되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 앞으로 가일층 정진해 주시길 바랍니다.
작년부터 교토대학에서는 '존만 프로그램(The John Mung Program)'을 가동시켰습니다. 존만 프로그램은 본학 차세대를 짊어질 젊은 인재를 대상으로 해외경험 등 기회를 제공해 국제적인 활동을 장려하고,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전학적 프로그램입니다. 에도막부 말기에 고치현 도사의 나카하마촌에서 태어난 존 만지로라고 알려진 나카하마 만지로는 14세 때 아시즈리 곶에서 전갱이, 고등어를 잡다가 표류하여 남쪽 바다 외딴 섬에 표착했고 미국의 포경선에 의해서 구조되었습니다. 이후 선장에게 그의 재능을 인정받아 선장의 고향인 매사추세츠주 페어헤븐에서 영어, 수학, 측량, 항해술, 조선기술 등을 배웠습니다. 이윽고 일본으로 귀국해 그가 배운 소중한 지식과 기술, 체험은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서 일본 개국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는 일부러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기지를 발휘하여 그가 간 곳곳마다 잘 적응했습니다.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쇄국시대였던 일본으로 돌아와 뛰어난 어학능력과 당시 일본인에겐 없었던 고도의 지식 때문에 중용되었습니다. 이후 42세 때 메이지 정부의 명을 받고 지금의 도쿄대학의 전신인 가이세이학교의 교수로 취임했습니다. 존 만지로는 그렇게 궁지에 몰려도 살길을 모색하며 스스로의 길을 개척한 사람입니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지구촌에 사는 인류입니다. 여러분은 그 중의 하나인 일본인으로서 긍지를 갖고 개성을 살려서 꼭 존 만지로와 같이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앞으로의 인생에서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 때에는 여러분의 배움의 터, 이곳 교토대학을 떠올려서 기본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그것은 순수하게 지식을 탐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분야, 다른 문화 혹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전문가와 가능한 많이 만나고,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부끄럼 없이 질문하여 스스로의 양식으로 흡수하는 것입니다.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논어' 위정편에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不知爲不知、是知也)'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빛이 보이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을 떠올리는 것 뿐만 아니라 가끔은 모교를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과 교토대학과의 인연은 동창회와 평생의 배움을 통해서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교토대학은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의 버팀목이 되길 바랍니다.
국가의 위기적인 재정상황과 국난이라고 할 수 있는 대지진 후 본학도 개혁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교토대학은 앞으로 가일층 노력을 경주하여 항상 사물의 근원을 주시하며 근원을 규명하는 대학, 기본 즉 근본에 힘쓰는 대학으로서 세계 제일을 추구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모교를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고 지원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맹자'에 '自反而縮(자반이축) 雖千萬人(수천만인) 吾往矣(오왕의)'라는 공자의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돌이켜 보아 바르면 비록 상대가 천만명이라 할지라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자세야말로 진정한 용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학위를 취득하신 3,031명 여러분들도 이러한 큰 용기를 가지고 세계의 리더로서 길을 개척해 나가시길 바라며 저의 축사에 갈음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여러분의 학위 수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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