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6일 박사학위 수여식 축사
제 25대 총장 마쓰모토 히로시
오늘 박사 학위를 수여받는 224명 여러분, 축하합니다. 오늘과 같은 영광스러운 날을 맞이한 여러분 중에는 46명의 여성과 49명의 유학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교토대학이 수여한 박사학위는 누계 3만 8,682명에 달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부학장님, 연구과장님, 학사장님, 교육부장님을 비롯한 교직원 일동과 함께 여러분의 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학위를 수여받는 여러분의 가족, 친구, 관계자 여러분은 기쁜 마음으로 본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셨을 것입니다. 오늘 학위를 수여받는 여러분은 주위의 분들께 지금까지 받아온 지원에 대해서 말로 표현 못할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차 있을 것입니다. 저희 교직원 일동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가족분들의 많은 노고와 지원에 대해서 감사의 말씀을 전함과 동시에 오늘의 기쁨을 함께 축하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재학한 대학원은 혹독한 연찬의 자리였을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몇번이나 좌절과 고뇌의 나날을 경험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수많은 고난을 이겨내고 대학원에서 전문성을 쌓아 그 분야에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오늘 교토대학 박사학위 수여라는 형태로 인정받았습니다. 여러분은 오늘부터 누구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선인들의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강한 기개를 가슴에 품고 그동안 갈고 닦아온 개성을 발휘하고 전문성을 잘 살려서 미증유의 국난에 빠진 일본을 재건·복구시키는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학문이란 진실을 둘러싼 인간 관계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인간의 고통과 아픔을 알고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을 잘 헤아릴 줄 아는 사람으로서 연구성과의 꽃 뿐만 아니라 풍요로운 인간으로서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인생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전문성을 갖추고 누구도 이제껏 도달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서 독창적인 업적을 세웠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은 여러분에게 있어서 인생의 큰 버팀목이 되어줄 것입니다. 여러분은 고도로 세분화된 전문분야에서 충분한 성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학술의 발전을 나무의 생장에 비유하면 지식의 나무 끝에서 새로운 연구를 쌓아서 가지를 뻗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험의 과정에서 새로운 것의 창조를 목표로 다양한 기술을 익히고 성과를 도출하여 창조에 관한 돌파력을 습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쭉 뻗은 잔가지들을 더욱 키우는 것 만이 아니라 지식의 근원으로 되돌아가 커다란 줄기를 만들어 줄 것을 사회가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좁은 전문분야를 초월한 폭넓은 시야가 필요합니다. 시야를 넓히기 위한 노력도 중요합니다. 이를 지금 자각하지 않으면 자신의 좁은 전문분야 속에 매몰되어 사회의 요구와는 빗나가는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선시어외(先始於隗)’라는 고사를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중국 전국시대에 내전 수습이라는 명목으로 자국을 정복하려던 제(齊)나라를 보복하고픈 연(燕)나라의 소왕(昭王)은 부국강병을 위해서 현인을 초빙하려고 재상의 한 사람인 곽외(郭隗)에게 상담하였습니다. 곽외는 천금의 가치가 있는 천리마의 뼈를 오백금으로 사온 사람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이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죽은 말에 오백금을 지불했다는 이야기로 언뜻보기에는 무의미한 행동이 명마를 모으려는 불굴의 의지를 세상에 널리 전하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목적을 달성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전한 그는 “전하께서 현인을 반드시 초빙하고 싶으시다면 먼저 저 곽외부터 기용하십시오. 그리하면 저 같은 자라도 예를 다해 극진히 대접하시니 현인들이 잇따라 모여들 것입니다”라고 자신을 추천한 것입니다. 이보다 완벽한 자천을 어디서 찾아볼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제가 주목하고 싶은 점은 이 자천의 완벽한 수사법이 아닙니다. 자천할 수 있다고 믿는 곽외의 마음의 준비입니다. 평소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없었더라면 절대로 이런 말은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곽외와 같은 경지를 여러분들도 목표로 삼았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학문 분야에서도 ‘제가 구축한 이론이 중요하므로 이를 널리 채택해 주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을 수 있도록 날마다 자신을 연단하길 바랍니다. 결국 연나라의 소왕은 전국시대 굴지의 명장이라고 불리던 악의(樂毅)를 등용하여 제나라를 공격하여 원수를 갚았다는 이야기는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배움은 오늘로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긴 인생 속에서 앞으로 더욱 심각한 난제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때 여러분이 배움터 이곳, 교토대학을 되새리며 배움의 초심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반드시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또한 기회 있을 때마다 모교를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과 교토대학의 인연은 동창회와 평생의 배움을 통해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교토대학은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지탱하는 확고한 중심축이 되고 싶습니다.
국가의 위기적 재정 상황과 국난이라 할 수 있는 대지진의 피해 속에서 교토대학도 더욱더 노력하여 단지 ‘강한’ ‘현명한’ 대학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를 재빨리 인지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대학’이 되겠습니다. 또한 사회가 기대하는 교토대학의 기능 강화에 한층 매진해 나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모교에 대한 많은 관심과 아낌없는 지원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아울러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교토대학은 여러분의 인생의 중심축과 같은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학위를 수여받은 224명 여러분이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지금까지의 연단의 과정에서 길러진 풍요로운 인간력을 앞으로도 갈고 닦아 전세계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고도의 교양을 쌓아 힘차게 활약할 것을 바라면서 저의 축사에 갈음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박사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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